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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6일 주보글 - 엄마는 정말

  • 문정식
  • 2005.06.26 오전 02:46

엄마는 정말

내가 어린 시절, 자장면은 엄마 따라 시장에 나왔다가 엄마를 졸라야 먹을 수 있었던 고급 중에서도 최고급 음식이었다.…동생과 함께 엄마를 따라 장에서 나오면 어김없이 중국집 앞에서 실랑이를 벌이곤 했다. 엄마는 조금만 참았다가 집에 가서 밥먹자고 달래다가 결국은 늘 사주시곤 했다. 그러나 엄마는 자장면을 드시지 않았다. 매번 중국음식은 좋아하지 않는다며 허겁지겁 먹던 우리에게 단무지만 집어주곤 하셨다.

초등학교 5학년 때던가. 그래도 철이 좀 들었다고 어릴 적처럼 엄마를 붙잡고 조르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중국집 앞을 지나며 엄마의 눈치를 살폈다.엄마는 그것이 오히려 마음이 아프셨는지 웃는 얼굴로 말씀하셨다. “한시간이나 버스를 기다리기에 지루하지? 자장면 사줄까?” 나와 동생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중국집으로 앞다투어 들어갔다. 늘 앉던 자리에 가서 안고는 동생이 익숙하게 말했다. “아저씨 자장면 두그릇이요!” 나는 엄마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엄마도 먹자. 엄마가 한 번도 안먹어봐서 그렇지, 자장면 맛있어. 오늘은 세 그릇 시키면 안돼?” “아니야 엄마는 됐어” “그러면 우리가 같이 한그릇을 먹을 테니 한그릇은 엄마가 드세요” 엄마는 이제 우리 아들이 철이 드는구나 싶으셨는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 내가 엄마 앞으로 한 그릇을 놓아드리자, 엄마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씀하셨다. “둘이 먹고 있어라. 엄만 시장 덜 본 게 있어서 마저 보고 올게.” 엄마가 나가시는 모습을 보고 정말로 그런 줄로만 알았다. 엄마는 정말 자장면을 싫어하시는 줄 알았다.

몇년 후 중학생이 된 나는 엄마와 함께 시장에 나왔다가 친척 아주머니를 만났다. 마침 밥 때가 되었으니 점심을 사겠다며 호의를 베푸시는 아주머니를 따라 들어간 중국집에서, 나는 자장면 한 그릇을 맛있게 다 비우는 엄마를 보았다. … 순간 맛있었던 자장면이 가슴에 콱 느낌이었다.

『 마음이 따뜻해지는 88가지 행복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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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 26일 주보글 - 엄마는 정말
  • 2005-06-26
  • 문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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